밴쿠버에서, 4월, 2026
오랜만에 다시 호흡이 긴 글들을 작성해보고자 한다.
솔직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졌다. 정확히 말하면 긴 글을 작성하기가 싫었다. 물에 떠다닌 것 같은 나만 알 수 있는 기호처럼 한 두줄로 압축된 은유성 짙은 글만 이따금씩 메모해놓고는 했다. 그게 전부였다.
잃어버린 시간들로보다는 회복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.
온타리오를 지나,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정착했다. 이 나라에 처음 왔을 때 발을 디뎠던 곳이다. 어떤 기억들과 연유에서인지는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모르겠지만, 나는 이 지역에 애정이 많다. 내면에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간직한 곳들이 곳곳에 있다. 높은 집 값과 물가로만 치환되기엔 아직 이 도시는 내게 많이 달다.
많은 일들이 있었다.
먼저,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내가 많이 좋다. 그리고 고맙다. 지난날들에서, '견디고 있다는' 감각조차 모를 만큼의 나 자신을 살아낸 것에도, 나를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나서 주저 없이 행동할 수 있던 힘도. 덕분에 이 도시에서 나는 내가 기대했던 것들을 훌쩍 뛰어넘는 멋진 경험들을 하고 있다.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경험들은 자연히 얻게 되는 것들이었을 거라 생각하면 한편으론 분한 마음도 들지만, 사실 이 정도의 분한 마음은 아주 이따금씩 생각이 날듯 말 듯 할 정도로, 단지 현재가 좋다. 타자로부터 오는 감각이 아니라, 그야말로 내가 만든 나의 감각이라는 생각에, 무의식 중에 자신감도 더 커졌다.
득이 있는만큼 실도 있겠지. 잃는, 잃어야 하는 관계들도 있겠지.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내가 나아가는 데에 있어 그대들 생각은 전혀 조금도 나지 않았습니다. 내 생명이 생각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예정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. 정말이지, 근데 나는 이제는 그 '견딘다'는 감각을 인지한 이상, 절대로 태엽을 되감을 생각이 없습니다. 내 삶의 외적인 궤도에는 앞으로도 누구나의 보편적인 삶과 같이 때때로 실수와 실패, 좌절이 있겠지만, 나라는 본질에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확신을 갖고 있다는 거야.
작년 봄에는, 학업을 시작했다.
이후로 방학없이 쭉 달려 이번에 막 두 번째 봄학기를 마쳤고,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여름학기의 시작이다. 계획대로라면 풀타임으로 현재 학교에서 학업을 하게 되는 건 이번 여름 학기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. 마음속에 다음 학업 여정에 관한 생각이 몇 가지 나뉘어 있어서,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. 맨 첫 학기는 버거운 마음에 두 과목이나 드롭하고, 그 이후로도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또 풀타임 외국인 학생으로의 삶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괴로운 마음이 든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, 대체로 즐거운 마음이 더 컸다. 쳇바퀴 같은 삶을 꽤 오래 지속했는 데다가, 잊고 지내던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컸는지라,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.
이번 학기는 성적도 꽤 잘 받아서, 산책하다 확정된 성적을 메일에서 확인하고는 실제로 제자리에서 뛰며 기뻐하기도 했다.
오늘 밤을 오래간 기다려왔다.
'해야하는 일'이라는 기치 아래에선 도저히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. 혼미해 온다. 이만 자야겠다.